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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뱀
Grimm Märchen

하얀 뱀 - 동화 그림 형제

독서 시간: 12 의사록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소문이 난 왕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비밀도 그가 풀지 못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마치 공기가 그 비밀들을 그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한 가지 이상한 습관이 있었습니다. 매일 저녁식사를 마친 뒤 식탁의 그릇들이 깨끗이 치워지고 왕 혼자 남게 되면 그는 충직한 시종 한 사람에게 접시 하나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 접시 위에는 늘 뚜껑이 덮여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것을 날라 오는 시종조차도 거기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왕은 시종이 물러간 뒤에야 뚜껑을 열고 먹기 시작했으니까요. 왕의 이런 습관은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던 시종이 그 접시를 자기 방으로 가져가 문을 꼭 잠근 뒤 뚜껑을 열어 보았습니다. 접시 위에는 하얀 뱀 한 마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시종은 맛을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그 뱀을 한 토막 썰어 입 속에 넣자마자 창문 밖에서 이상한 속삭임이 아주 선명하게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창가로 가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것은 몇 마리의 참새들이 자기네들끼리 속삭이는 소리였습니다. 참새들은 들판과 숲에서 자기네가 본 광경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하얀 뱀을 먹고 난 후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바로 그 날, 왕비가 가장 아끼던 아름다운 반지를 잃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왕과 왕비의 신임을 받고 있어서 그들의 방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었던 그 시종이 반지 도둑으로 의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왕은 시종을 불러 무서운 얼굴로 닥달을 하면서 만일 다음 날 아침까지 범인의 이름을 대지 못한다면 그를 도둑으로 생각하고 처형시켜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시종이 자기에게는 아무 죄가 없다고 아무리 사정을 해도 왕은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에 싸인 시종은 왕궁 정원으로 나가 혼자 왔다 갔다 하며 그 곤경에서 빠져나올 좋은 방도가 없을까 하고 궁리했습니다. 그 때 시종의 눈에 정원을 가로지르며 흘러내리는 시냇물가에서 몇 마리의 오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오리들은 부리로 깃털을 쪼아대면서 자기네들끼리 은밀한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시종은 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뒤뚱뒤뚱 걸어다니면서 땅바닥에서 먹을 것을 쪼아 대며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마리가 안절부절못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뱃속에 무거운 게 들어 있어. 먹이를 너무 급히 먹다가 왕의 방 창문 밑에 떨어진 반지 하나를 꿀꺽 삼켜 버렸거든.”

시종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오리의 목을 움켜 쥐고는 왕궁 주방으로 가서 요리사에게 말했습니다.

“이 놈은 통통하게 살이 쪄서 잡아먹기에 아주 그만이오!”

요리사는 두 손으로 오리의 무게를 달아 보면서 말했습니다.

“그렇군. 염치없이 먹어 대서 아주 통통하군. 구워먹기에 아주 제격이야.”

그러고는 오리의 목을 자르고 배를 갈랐습니다. 그러자 오리의 뱃속에서 왕비의 반지가 나왔습니다. 덕분에 시종은 자신의 무죄를 쉽게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왕은 죄없는 사람을 괴롭힌 데 대한 보상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말하고, 또 어떤 자리를 원하든지 그 자리에 앉혀 줄 테니 원하는 자리가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시종은 그런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말 한 마리와 여행할 돈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시종은 얼마 동안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둘러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왕이 부탁을 들어주어 그는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어느 연못 옆을 지나가다가 세 마리의 물고기가 갈대밭에 갇힌 채 물쪽으로 가려고 허덕이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물고기들은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물고기들이 다가오는 죽음의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물고기들이 불쌍해서 말에서 내려 물고기들을 물 속에 집어넣어 주었습니다. 물고기들은 기쁨에 겨워 파닥거리다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습니다.

“당신이 우리 목숨을 구해 준 걸 잊지 않겠어요. 언젠가는 그 보답을 받게 될거예요.”

그가 다시 말을 타고 얼마쯤 가는데 발 밑의 모래땅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그는 말을 세우고 귀를 기울여 보니, 그것은 개미왕이 불평하는 소리였습니다.

“그 눈치 없는 짐승을 탄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좀 오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멍청한 말이 그 무거운 발굽으로 우리 백성을 마구 짓밟고 있으니 말이야!”

그 소리를 들은 시종은 자기 말을 그 오솔길로 비껴가게 했습니다. 그러자 개미 왕이 그에게 소리쳤습니다.

“이 일을 잊지 않겠소. 언젠가 꼭 보답을 할거요.”

그 오솔길은 숲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숲에서 그는 까마귀 부부가 둥우리에 앉아서 자기네 어린 새끼들을 둥우리 밖으로 밀어내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까마귀 부부가 새끼들에게 소리쳤습니다.

“나가! 너희들은 놀면서 먹이만 축내는 놈들이야! 이제 너희들에게 줄 먹이를 구할 수가 없어. 이제 너희들도 혼자서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을 만큼 컸으니 어서 나가.”

불쌍한 새끼까마귀들은 땅바닥에 내려앉아 날개를 퍼덕이면서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우린 힘 없는 어린 새끼들이에요! 날 수도 없는데 어떻게 먹이를 구하라는 거예요? 우리는 여기 이렇게 앉아서 굶어 죽을 수밖에 없어요.”

그 광경을 본 그는 말에서 내려 차고 있던 검으로 자기 말을 죽여서 그 새끼까마귀들에게 먹으라고 먹이로 주었습니다. 새끼까마귀들은 말의 시체에 달려들어 배불리 먹었습니다. 다 먹고 난 뒤에 그들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일을 잊지 않겠어요. 언젠가 꼭 보답을 하겠어요.”

이제 그는 걸어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가다보니 큰 도시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거리에는 수많은 군중들이 몰려다녀서 여간 시끄럽지 않았습니다. 그 때 말 탄 사나이 하나가 지나가면서, 공주님이 남편감을 찾고 있다, 구혼하는 사람은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한다, 그 일을 무사히 해내지 못한다면 그는 목숨을 잃게 된다고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구혼을 했다가 헛되이 목숨을 잃은 터였습니다. 그 젊은 시종은 공주를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왕 앞에 나아가 공주의 신랑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왕은 곧 그를 바다로 데려가 그의 눈 앞에서 금반지 한 개를 바다 속에 빠뜨렸습니다. 왕은 그에게 바다 밑바닥에서 그 반지를 건져 오라고 하면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이 반지를 건져 오지 못할 경우 그대는 저 파도 속에서 빠져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람들은 잘생긴 그 젊은이를 딱하게 여기면서 그를 혼자 바닷가에 남겨두고 모두 떠났습니다. 그가 해변에 서서 어떻게 할까 궁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세 마리의 물고기가 그가 있는 쪽으로 헤엄쳐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물고기들은 지난번에 그가 구해 준 세 마리의 물고기였습니다. 가운데 있는 물고기는 입에 조개 하나를 물고 있다가 그것을 시종의 발 아래 내려놓았습니다.

시종이 그것을 집어 들고 벌려 보니 그 안에 왕이 떨어뜨렸던 금반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무척 기뻐하며 그것을 들고 왕에게 갔습니다. 젊은이는 왕이 약속한 대로 자기를 공주와 결혼시켜 주리라 기대했으나 거만한 공주는 신분이 낮은 젊은이를 깔보고는 또 다른 일을 하나 더 해낼 것을 요구했습니다. 공주는 정원으로 내려가 기장이 가득 담긴 자루 열 개를 풀밭에다 쏟아놓고 말했습니다.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이 곡식 알들을 한 톨도 남김없이 자루에 다 담아 놓아야 해요.”

시종은 정원에 쭈그리고 앉아서 어떻게 그 일을 해낼까 궁리해 보았지만 좀처럼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글픈 심정으로 앉아 내일 아침에는 꼼짝없이 죽게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침 첫 햇살이 정원에 내리비칠 무렵 그는 그 많은 기장이 한 톨도 남지 않고 열 개의 자루에 담겨 한 줄로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전에 만났던 개미 왕이 수많은 개미들을 이끌고 와서 밤새 부지런히 그 곡식들을 자루 속에다 모아 준 것입니다. 공주는 정원으로 나왔다가 젊은이가 그 일을 해낸 것을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습니다. 그래도 공주의 거만한 마음은 누그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구해 준 새끼까마귀들이에요. 다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는 당신이 황금사과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바다를 건너 ‘생명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세상 끝으로 날아가 그 사과를 가져왔어요.”

시종은 기쁨에 넘쳐 공주가 살고 있는 나라를 향해 떠났습니다. 그는 그 아름다운 공주에게 황금사과를 건네 주었습니다. 공주도 이제는 더 이상 핑계를 댈래야 댈 게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 생명의 사과를 둘로 쪼개 각기 반쪽씩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자 공주의 가슴은 갑자기 그에 대한 사랑으로 넘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며 오래도록 잘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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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분석을위한 정보

지표
문자 수4.443
편지 수3.184
문장 수105
직접 화법 비율16,3%
모티프/태그 후보그림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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