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시간: 13 의사록
옛날 옛적에 부지런하고 정직한 하인을 거느린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 하인은 아침에는 가장 먼저 일어나고 저녁이면 가장 늦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도 먼저 선뜻 떠맡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도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만족스러워하는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하인은 그렇게 일 년 동안 주인을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인은 품삯을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돈을 주자니 배가 아팠던 것이지요. 또 하인이 달리 갈 데가 없으니까 앞으로도 자기를 위해서 상냥하고 공손하게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의 생각대로 하인은 군말 없이 다음 해에도 첫 해에 했던 것처럼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해가 다 갈 무렵에도 지난 해처럼 아무것도 받지 못했지만 이러니 저러니 따지지도 않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 다음 해가 저물자 주인은 잠시 반성한 듯 뭔가를 주려는 듯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빈손을 빼냈습니다. 마침내 하인이 입을 열었습니다.
“주인님! 저는 3년 동안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이제 제 품삯을 주십시오. 이 곳을 떠나 세상을 한 번 둘러보고 싶어요.”
“아무렴, 이 사람아! 3년 동안 열심히 일을 했으니 내 품삯을 후하게 쳐서 주겠네.”
주인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청동화 세 닢을 꺼내면서 말했습니다.
“자네가 일한 한 해에 한 닢씩일세. 다른 주인 밑에서 번 것보다 후한 셈이야.”
착한 하인은 액수가 적다고 생각하면서도 돈을 주머니에 넣고
‘이제 주머니도 불룩해지고, 더 이상 걱정거리도, 고된 일거리도 없어졌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하인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언덕을 오르고 골짜기를 지났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말입니다. 어느 날 하인이 수풀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작은 요정이 나타나 하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 가니, 친구야? 난 네가 이 세상에서 근심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
하인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우울해할 일이 뭐가 있겠니? 3년 동안 일해서 번 돈이 내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데.”
“네 돈이 얼마나 되니?”
“얼마냐구? 청동화 세 닢이지, 그게 전부야.”
“들어봐, 나는 아주 가난해. 그 청동화 세 닢을 내게 주렴, 난 요즈음 일을 할 수가 없어. 너는 아직 젊으니까 쉽게 돈을 벌 수 있잖아?”
착한 마음씨를 지닌 하인은 요정을 불쌍히 여겨 청동화 세 닢을 건네 주었습니다.
“하늘에 맹세하건대 그 돈은 절대로 돌려 달라고 하지 않을게.”
“난 네가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 그래서 네 소원 세 가지를 들어주려고 해. 청동화 한 닢에 하나씩 말이야.”
“아, 그러니까 너는 기적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먼저, 무엇이든지 맞힐수 있는 새 사냥총을 갖고 싶어. 두 번째는 내가 연주하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추는 바이올린, 그리고 세 번째는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지 남들이 들어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굳센 힘을 갖고 싶어.”
“네 소원은 곧 이루어질거야.”
말을 마친 요정은 수풀 속으로 손을 뻗쳐 금방 주문해서 만든 것 같은 바이올린과 총을 끄집어냈습니다. 그것들을 하인에게 주면서 요정이 말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어느 누구도 네가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지 못할거야.”
하인은 속으로 대답했습니다.
‘이것보다 더 나은 것은 없어, 고마운 친구야.’
하인은 즐겁게 가던 길을 걸어갔습니다. 잠시 후에 하인은 긴 염소수염을 기른 유대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길에 서서 나무 꼭대기에 앉아 노래하는 새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거 참 신기하다! 저렇게 작은 놈이 어찌 저리 우렁찬 목소리를 가졌을까? 저 새가 내 거라면 참 좋을텐데 … 저 새를 아무 힘 안 들이고 잡을수는 없을까?”
“그 정도라면 내가 하겠소. 곧 새를 떨어뜨리겠소.”
하인이 대뜸 나서서 총을 조준해 새의 두 눈 사이를 명중시켰습니다. 새는 가시나무 숲으로 떨어졌습니다.
“봤지, 이 지독한 사기꾼. 가서 새를 주워라.”
하인이 유대인에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아니! 나를 지독한 놈이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말이야. 그래도 하라는 대로 할게. 새를 잡았으니까.”
유대인은 땅에 엎드려 수풀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가 수풀 한가운데에 들어서자 하인은 장난기가 발동해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대인의 다리가 덩실덩실 허공을 저었습니다. 하인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할수록 유대인은 점점 더 신이 나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자 가시나무는 유대인의 옷을 찢고, 염소수염을 헝클어뜨리고, 온몸을 할퀴고 찔렀습니다.
“이런!”
유대인이 소리쳤습니다.
“왜 바이올린을 켜는거요? 제발 바이올린 연주를 멈춰요. 난 춤을 추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하인은 멈추지 않앗습니다. 하인은 유대인이 수많은 사람들의 물건을 빼앗았기 때문에 그 답례로 가시나무가 그에게 똑같이 벌을 주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인이 바이올린을 계속 켜자 유대인은 점점 더 높이 뛰어올랐습니다. 그러다가 유대인의 옷 쪼가리가 가시나무에 걸렸습니다.
“아, 슬퍼! 제발 바이올린을 멈춰 줘요. 뭐든지 달라는 대로 주겠소! 금궤를 가져도 좋아요.”
유대인이 울부짖었습니다.
“좋아, 당신이 그렇게 너그럽게만 된다면 기꺼이 연주를 멈추지.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겠소. 당신의 춤은 아주 일품이오.”
말을 마친 하인은 금궤를 받아 가지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유대인은 그 자리에 서서 하인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습니다.
“이 불쌍한 악사야, 별 볼일 없는 맥주집 악사 같으니라고! 너를 꼭 잡고 말 테니 기다려! 신발 바닥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쫓아갈 테다. 이 뜨내기야, 구걸이나 하고 다니라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놈 같으니라고.”
그는 하인에게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분풀이를 하고 나자 다소 기분이 누그러진 듯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재판관을 만나러 관가로 달려갔습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억울해요! 어찌 대로에서 협잡꾼이 활개를 친단 말입니까? 제가 당한 걸 들어보세요. 길가의 돌멩이도 저를 불쌍히 여길 것입니다. 내 옷은 갈가리 찢어졌고요, 몸뚱이는 할퀴고 찔렸어요. 보잘것없는 재산이지만 금궤도 빼앗겼어요. 비싼 금화 하나하나는 아주 좋은건데. 제발, 그 놈을 잡아 감옥에 가두어 주세요.”
“칼을 휘두른 사람이 병사더냐?”
“아닙니다. 그에게는 칼이 없고 어깨에 멘 총과 목에 건 바이올린이 있어요. 그 악한은 눈에 잘 띄지요.”
그래서 재판관이 하인을 찾기 위해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느릿느릿 걸어가던 하인을 찾아냈습니다. 물론 금궤도 찾았지요. 재판정에 끌려온 하인이 말했습니다.
“저는 유대인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의 돈도 빼앗지 않았고요. 자기가 내게 준거예요. 내가 켜는 바이올린을 멈추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그는 내 음악을 참기 어려웠던 모양이에요.”
“당치 않아요! 저 놈이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재판관도 하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아라. 유대인은 그런 적이 없단다.”
그러면서 재판관은 착한 하인을 교수형에 처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길에서 강도짓을 했다는 것입니다. 하인이 끌려가자 유대인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한심한 놈아, 불쌍한 악사야! 네가 저지른 만큼 벌을 받을거다!”
하인은 조용히 사형 집행인과 함께 사다리를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계단에서 그는 재판관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죽기 전에 마지막 소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좋아, 목숨을 살려 달라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목숨에 대한 게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바이올린을 한 번 연주해 보고 싶어요.”
유대인이 수선을 피웠습니다.
“제발 허락하지 마세요! 허락해 주지 말라니까요!”
하지만 재판관은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간단한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겠다고 하겠나? 그의 요청을 들어준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지.”
재판관이 하인의 말을 거역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요정이 하인에게 힘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은 울부짖었습니다.
“슬프다, 슬퍼! 나를 묶어 줘, 나를 꽁꽁 묶어 달라고.”
착한 하인이 목에서 바이올린을 빼 들었습니다. 그가 활로 바이올린을 켜자 재판관, 서기, 사무원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몸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유대인을 묶으려던 사람도 손이 흔들려 끈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활로 다시 한 번 바이올린을 켜자, 그들은 모두 다리를 들어올렸습니다. 사형집행인도 착한 하인을 놓아두고 춤출 준비가 된 것입니다.
다시 세 번째로 바이올린을 켜자, 모든 사람들이 높이 뛰어오르며 춤을 추었습니다. 재판관과 유대인이 가장 높이 뛰어오르며 춤을 이끌었습니다. 노인네도, 아이들도, 뚱뚱한 사람도, 깡마른 사람도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개들도 뒷다리로 서서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하인이 연주를 계속하자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고 서로 머리를 부딪치면서 높이 뛰어올랐습니다. 마침내 재판관이 숨을 내쉬며 소리쳤습니다.
“바이올린을 멈추기만 하면 목숨을 살려 주겠다!”
착한 하인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바이올린을 내려서 목에 걸었습니다. 그리고 사다리를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드려 숨을 헐떡이는 유대인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이 비열한 사기꾼아,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고백해 봐. 그러지 않으면 이 바이올린을 꺼내 다시 연주할 테다.”
“훔쳤어요, 훔쳤어! 하지만 당신은 정직하게 벌었어요.”
재판관은 유대인에게 교수형을 내렸습니다. 유대인은 도둑으로서 처형을 당한 것입니다.

과학적 분석을위한 정보
지표 | 값 |
|---|---|
| 문자 수 | 4.679 |
| 편지 수 | 3.277 |
| 문장 수 | 173 |
| 직접 화법 비율 | 41,6% |
| 모티프/태그 후보 | 그림 형제 |
| 제외된 지표 | 신뢰할 수 있는 분절 없이는 이 언어의 단어 및 음절 기반 지표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