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시간: 9 의사록
자, 어린이 여러분.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어린이 여러분은 아마 거짓말이라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실제 있었던 일이랍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우리 할머니께 들었는데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지요.
“이건 정말로 있었던 일이란다, 아가야.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겠지.”
아무튼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추수 때의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밭에는 메밀이 한창 무르익고 있었지요. 하늘에서는 햇살이 쨍쨍 내리쬐고요. 추수가 끝난 텅빈 밭에는 부드러운 아침의 산들바람이 솔솔 불었습니다. 하늘에서는 종달새가 지저귀고, 벌들이 윙윙거리며 메밀밭을 맴돌아 다녔습니다. 사람들은 일요일 중 가장 좋은 이 시간을 골라 교회로 향했습니다. 하느님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들이 좋아했고, 고슴도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슴도치는 팔짱을 낀 채 자기 집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아침의 산들바람에 기분이 좋아진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화창한 일요일 아침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은 그의 버릇이었습니다. 그의 아내가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동안 콧노래를 약간 더 크게 부르면서 고슴도치 아저씨가 순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밭으로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순무밭은 그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와 그의 가족들은 늘 순무를 먹곤 했기 때문에 그는 이 밭을 자기 것이나 다름없이 여기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텃밭이 있었고, 그 밭 가장자리에 벚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를 막 돌던 고슴도치는 자기처럼 양배추가 잘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하러 나온 토끼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말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에 다다르자 고슴도치는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신사임을 자처하며 꽤나 잘난 체하는 토끼는 고슴도치의 인사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깔보는 듯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여긴 웬일이오?”
“산책을 나왔지요.”
고슴도치가 대답했습니다.
“산책? 그 다리로는 다른 일이나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토끼가 비웃었습니다. 이 말에 고슴도치는 화가 났습니다. 다른 말은 다 참을 수 있어도 날 때부터 굽은 자기 다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만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신 다리가 내 다리보다 쓸모 있다고 생각하나 보죠?”
고슴도치가 말했습니다.
“그렇고 말고.”
“그건 때에 따라 다른 법이에요. 난 당신과 달리기 시합을 해서 이길 자신이 있어요. 어때요, 내기를 한 번 해볼까요?”
“기가 막혀! 그 굽은 다리를 가지고?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원한다면 합시다. 내기에 무얼 걸겠소?”
토끼가 말했습니다.
“잘 구운 빵과 브랜디 한 병을 걸겠소.”
“좋소. 그럼 지금 당장 시합을 합시다.”
“아니요, 난 그렇게 급하진 않아요. 아직 식사 전이거든요. 잠시 집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해야겠어요. 30분 후에 이리로 다시 오죠.”
토끼가 기꺼이 승낙을 하자 고슴도치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고슴도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토끼 다리가 긴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래도 난 이길 자신이 있어. 자기가 아무리 잘난 신사인 체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리석기 짝이 없거든. 나한테 함부로 말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걸?’
집에 도착한 고슴도치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빨리 옷을 입어요. 나하고 밭에 좀 갑시다.”
“무슨 일이에요?”
그의 아내가 물었습니다.
“토끼하고 빵과 브랜디를 걸고 달리기 시합을 하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당신도 같이 가 줘야겠소.”
“아이구, 맙소사! 당신 미쳤어요? 정신이 있냐구요! 어떻게 토끼하고 달리기 시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죠?”
“시끄러워요. 이건 내 일이니 참견하지 말아요. 빨리 옷입고 날 따라오기나 해요!”
고슴도치의 아내는 마지못해 남편을 따라나섰습니다. 길을 나서면서 고슴도치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요. 저기 있는 기다란 밭을 봐요. 저기가 우리가 경주를 하게 될 장소요. 토끼란 놈이 한쪽 고랑에서 달릴 것이고, 난 다른 고랑에서 달릴 것이오. 출발은 맨 위 고랑에서 하게 될거요. 그런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고랑 아래쪽에 앉아 있다가 토끼가 저쪽에서 출발해서 거의 다 도착할 쯤에 그에게 소리치는거요, ‘난 벌써 여기 와 있네!’라고.”
그의 말이 다 끝날 때쯤 그들은 밭에 도착했습니다. 고슴도치는 자기 아내에게 가 있어야 할 장소를 알려 주고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맨 꼭대기에 올라가 보니 토끼는 이미 와 있었습니다.
“시작할까?”
토끼가 말했습니다.
“그래요, 합시다.”
각자 한 고랑씩 맡아서 선 다음, 토끼가 출발 신호를 했습니다.
“제 자리에! 준비! 땅!”
그러고 나서 토끼는 돌풍처럼 달려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약 세 발자국 정도만 내딛고 나서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토끼가 전속력으로 달려 밭고랑 아래쪽에 도착할 때쯤, 고슴도치의 아내가 소리쳤습니다.
“난 벌써 여기 와 있네!”
토끼는 화들짝 놀라서 기운이 쫙 빠져 버렸습니다. 고슴도치의 아내가 자기 남편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토끼는 고슴도치 아저씨가 소리를 지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토끼는 ‘뭔가 잘못된 걸거야.’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한 번 더 합시다! 이번에는 저 끝까지 올라가기요!”
그는 귀가 머리 뒤로 젖혀지도록 다시금 돌풍처럼 질주했습니다. 그 사이에 고슴도치의 아내는 조용히 자기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토끼가 맨 꼭대기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고슴도치 아저씨가 소리쳤습니다.
“난 벌써 왔지!”
토끼는 기진맥진한 채 화가 뻗쳐서 소리쳤습니다.
“다시 해! 이번에는 내려가기야!”
그리하여 토끼는 33번이나 더 시합을 했습니다. 물론 그 때마다 고슴도치는 거기에 응했습니다. 토끼가 꼭대기에서 아래로 오르내리는 동안 고슴도치와 그의 아내는 교대로 이렇게 외치기만 했습니다.
“난 벌써 왔지!”
그러나 가엾게도 토끼는 34번째 경주를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밭 고랑 한가운데서 쓰러져 버린 것입니다. 그는 목에서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내기에서 이긴 고슴도치와 그의 아내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로 토끼들은 절대로 고슴도치와 달리기 시합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첫째, 제아무리 잘난 사람일지라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하여 남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자기와 비슷한 부류의 여자, 그것도 기왕이면 자기와 닮은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고슴도치의 아내가 그와 똑같이 생긴 고슴도치였듯이 말입니다.

과학적 분석을위한 정보
지표 | 값 |
|---|---|
| 문자 수 | 3.318 |
| 편지 수 | 2.328 |
| 문장 수 | 119 |
| 직접 화법 비율 | 26,7% |
| 모티프/태그 후보 | 그림 형제 |
| 제외된 지표 | 신뢰할 수 있는 분절 없이는 이 언어의 단어 및 음절 기반 지표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