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시간: 8 의사록
옛날에 공주가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살고 있는 궁전은 높은 산기슭에 있었고, 거기에는 사방으로 12개의 창문이 있는 둥근 지붕의 건물이 있었습니다. 공주는 그 건물에 올라가 언제든지 자기가 다스리는 나라를 살펴볼 수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창문으로 보면 보통 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세상이 훨씬 더 자세히 보였습니다. 두 번째 창문으로는 더 잘 보였고, 세 번째 창문으로는 멀리까지 더 잘 보였으며, 그 다음 창문으로 볼수록 점점 더 잘 보였습니다. 공주는 땅 위, 땅 밑 할 것 없이 모두 훤히 볼 수 있었으므로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도도해진 공주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기 혼자서 온 나라를 다스리려고 했습니다. 그녀는 누구든지 자기 남편이 되려면 자기에게 들키지 않게 완벽하게 몸을 숨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그녀의 남편이 되기 위해서 나섰지만 하나같이 그녀에게 발각되어 목이 잘렸고, 그 머리가 장대에 꽂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얼마 안 되어 성문 앞에는 머리를 꽂은 97개의 장대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공주와 겨뤄 보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흡족해하며 앞으로 남은 삶은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사람의 형제가 나타나 자기들이 한 번 그 행운에 도전해 보겠다고 공주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큰형은 석회굴 속에 기어들어가 숨었다가 첫 번째 창문으로 내다보던 공주에게 그 즉시 발각되어 머리를 잘렸습니다. 작은형은 성의 마루 밑에 숨었습니다. 그러나 공주가 첫 번째 창문에서 그를 발견했으므로, 그 역시 마찬가지 신세가 되어 그의 머리는 99번째 장대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막내는 공주에게 하루 동안 생각할 여유를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자기가 발각되더라도 처음 두 번은 자비를 베풀어 용서해 달라는 간청도 덧붙였습니다. 세 번째 가서도 발견되면 그 때는 목숨을 내놓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꽤 잘생긴 데다가 아주 진지한 태도로 간청했으므로 공주는 승낙해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아요, 당신의 청을 들어주지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성공하지는 못 할 걸요.”
다음 날 막내는 하루 종일 어떻게 숨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냥이나 할 생각으로 총을 메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막내가 갈가마귀 한 마리를 발견하고 조준을 한 뒤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갈가마귀가 소리쳤습니다.
“쏘지 마세요! 그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
막내는 방아쇠를 놓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호수에 다다랐을 때 마침 물 속 깊은 곳에 있던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가 총을 겨누자 그 물고기가 소리쳤습니다.
“쏘지 마세요. 꼭 그 은혜를 갚겠어요!”
그는 다시 물고기를 놓아 주고 한참을 가다가 느릿느릿 걷고 있는 여우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쏜 총은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여우가 외쳤습니다.
“그러지 말고 이리 와서 내 발에 있는 가시나 좀 빼 주세요.”
가시를 빼 준 막내가 다시 여우를 잡으려 하자 여우가 말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그러면 꼭 보답을 하겠어요.”
막내는 여우를 놓아 주고 돌아다니다가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그는 어딘가에 숨어야 했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도 도무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숲으로 가서 전날에 자신이 살려 주었던 갈가마귀를 만났습니다.
“내가 너를 살려 주었잖니? 내게 숨을 곳을 알려 줘서 공주가 나를 찾지 못하게 해다오.”
갈가마귀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더니 마침내 새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알았다!”
갈가마귀는 자기 둥지에서 알을 하나 가지고 와서 그것을 둘로 쪼갠 후 막내를 그 속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알을 원래 모양이 되게 한 후 자기가 그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그 때 공주는 첫 번째 창문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창문을 계속 옮겨 다녀도 그가 보이지 않자 공주는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1번째 창문에서 그가 있는 곳을 알아낸 공주는 갈가마귀를 쏘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알을 가져다가 쪼개니 꼼짝할 수 없게 된 막내가 나왔습니다.
공주가 말했습니다.
“처음이니까 당신을 보내 주겠어요. 그러나 좀더 잘하지 않으면 당신도 형들과 마찬가지 신세가 될 거예요.”
다음 날, 막내는 동이 트자마자 호수로 물고기를 불러낸 다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를 살려 주었으니 너도 내가 숨을 곳을 알려 다오. 공주가 날 찾지 못하도록 말이야.”
잠시 생각을 하던 물고기가 외쳤습니다.
“아, 그래요! 당신을 내 뱃속에 숨겨 드리겠어요.”
막내를 꿀꺽 삼킨 물고기는 호수 밑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공주는 창문을 내다보았지만 11번째 창문에서도 그가 보이지 않자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결국 12번째 창문에서 그녀는 청년을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청년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해 보세요.
공주가 말했습니다.
“당신을 살려 보내는 게 이것으로 두 번째예요. 그러나 이제 곧 머리가 백 번째 장대에 걸리게 될 거예요.”
마지막 날이 되자 그는 우울한 기분이 되어 여우를 만나기 위해 숲으로 갔습니다.
“너는 숨을 곳을 많이 알고 있겠지? 내가 널 살려 주었으니 내가 어디 숨어야 공주에게 안 들킬지 알려 다오.”
“너에 비하면 갈가마귀나 물고기는 어리석었어. 네 속임수가 제대로 맞아떨어진거야. 고마워!”
막내는 그 길로 곧장 공주에게 갔습니다. 공주는 이미 운명에 굴복하고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거행되었고 이제 그는 온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되었습니다. 그는 세 번째 자기가 어디에 숨었으며 누가 자기를 도와 주었는지에 대해 일체 말하지 않았고, 공주도 그가 그 자신의 훌륭한 덕망과 재치로 성공할 수 있었으리라 믿고 그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쨌든 그가 나보다 한 수 위였던거야!”

과학적 분석을위한 정보
지표 | 값 |
|---|---|
| 문자 수 | 2.950 |
| 편지 수 | 2.077 |
| 문장 수 | 82 |
| 직접 화법 비율 | 17,6% |
| 모티프/태그 후보 | 그림 형제 |
| 제외된 지표 | 신뢰할 수 있는 분절 없이는 이 언어의 단어 및 음절 기반 지표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