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시간: 8 의사록
그레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요리사가 있었습니다. 그레텔은 빨간 굽이 달린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가서 혼자 이리 빙글 저리 빙글 돌면서 종달새처럼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넌 참 예쁘기도 하다!”
집에 돌아오면 절로 흥에 겨워서 술을 마셨습니다. 술은 식욕을 돋구었기 때문에 그레텔은 자기가 요리한 맛난 음식들을 배가 부르도록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모름지기 요리사는 음식 맛을 알아야 하는 법이거든!”
어느 날 주인이 그레텔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에 손님을 초대했으니 닭 두 마리를 맛있게 요리해 두거라.”
“걱정하지 마세요.”
그레텔은 자신있게 말하고 나서 닭 두 마리를 잡아서 뜨거운 물에 데치고 털을 뽑은 다음 꼬치에 꽂았습니다. 저녁 때가 되어 그것을 불 위에 얹고 굽기 시작했습니다. 닭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거의 다 익었습니다. 그러나 손님은 도무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레텔은 참다 못해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손님이 빨리 안 오시면 닭이 모두 타 버릴거예요.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인데 어쩌죠?”
“그럼 내가 가서 그분을 직접 모셔오마.”
주인이 밖으로 나간 뒤 그레텔은 닭 꼬치를 한쪽으로 밀어 놓으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불 앞에 계속 서 있자니 땀만 나고 목만 타네.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손님이 당장 오는 것도 아니니. 이럴 게 아니라 지하실로 내려가서 술로 목이나 좀 축여야겠다.’
그레텔은 지하실 계단을 쪼르르 달려 내려가 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는 외쳤습니다.
“그레텔을 위해서 한 잔!”
그레텔은 잔에 가득 찬 술을 한 번에 쭉 들이켰습니다.

“술 한 번 잘 넘어간다. 모처럼 먹는 술이데 한 잔 더 해야지.”
그레텔은 또 한 잔 쭉 들이켰습니다. 그러더니 부엌으로 올라가서 닭 꼬치를 다시 불 위에 올려놓은 다음 버터를 골고루 바르고 콧노래를 부르며 꼬치를 빙글빙글 돌렸습니다. 고기 익는 냄새가 고소했습니다.
그레텔은 다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혹시 빠뜨린 양념이 있을지도 몰라. 한 번 맛을 보는 게 좋겠다.’
그레텔은 닭고기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보았습니다.
“그만이야! 기가 막히게 잘 됐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좋군!”
그레텔은 창문으로 달려가서 주인이 손님과 함께 오는지 내다보았습니다.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자 다시 닭고기가 있는 데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한쪽 날개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레텔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건 내가 먹어야겠어.’
그래서 날개 한 쪽을 잘라서 먹었습니다. 꿀맛이었습니다. 그런데 날개를 다 먹고 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남은 날개도 먹어 버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주인 아저씨가 알아차릴거야.’
다른 쪽 날개도 마저 먹어 치운 다음 창문으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지만 주인 아저씨는 여전히 돌아올 낌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누가 알아? 손님이랑 오다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데로 발길을 돌렸을지?’
그레텔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기운을 내, 그레텔! 넌 벌써 큰 덩어리를 먹었어! 술을 한 잔 더 마시면서 남은 고기를 먹어 치우자구!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후회할 것도 없어! 왜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헛되이 하는거냐구!”
그레텔은 다시 지하실로 내려가서 술을 한 잔 쭉 들이킨 다음 부엌으로 돌아와서 남은 닭을 맛있게 먹어 치웠습니다. 그런데도 주인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레텔은 남은 닭 한 마리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습니다.
“바늘 가는 데 실이 안 따라 갈 수 있나.

둘은 한 묶음이야. 하나가 당하면 남은 하나도 당해야 하는거야. 술 한 잔 더 들이키고 나서 먹으면 괜찮겠는걸.”
그레텔은 술 한 잔을 더 마시고 와서는 남은 닭마저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주인이 돌아왔습니다.
“서둘러라, 그레텔! 손님이 곧 오실거야!”
“예,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그레텔이 대답했습니다.
주인은 저녁식사 준비가 제대로 되었는지 물어보고 나서 닭고기를 자를 커다란 칼을 꺼내 복도 계단에다 쓱쓱 갈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손님이 와서 점잖게 문을 똑똑 두드렸습니다. 쪼르르 달려나간 그레텔은 손님이 온 것을 보고 입에 손을 갖다 댄 다음 속삭였습니다.
“쉿! 조용히 하세요. 어서 달아나셔야 해요! 주인 아저씨한테 잡히면 큰일나요. 저녁식사에 초대받고 오셨겠지만 사실은 댁의 양쪽 귀를 자르려는 거예요. 저기 칼 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손님은 칼 가는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하며 뺑소니를 쳤습니다. 그레텔은 그 길로 고함을 지르면서 주인에게 달려갔습니다.
“무슨 저런 손님이 다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제가 식탁으로 들고 가던 닭고기 두 마리를 홱 잡아채더니 그대로 뺑소니를 치지 않겠어요?”
“점잖지 못한 사람 같으니라구!”
주인은 맛있는 닭고기를 못 먹게 되어서 매우 실망이 컸습니다.
“한 마리는 남겨 두고 가야 내가 먹을 수 있잖아!”
그러더니 손님의 뒤에다 대고 당장 그 자리에 서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한 손에 칼을 든 채 손님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하나만! 하나만!”
이렇게 소리치면서요. 두 마리 다 가져가지 말고 한 마리는 남겨 놓고 가라는 소리였지요. 그러나 손님은 주인이 귀 하나를 노리고 쫓아오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양쪽 귀를 달고 무사히 집까지 가기 위해서 총알같이 달아났습니다.















